2차로에서 우회전하다 들이받혔는데 100대 0? 3차로 불법주차 후 ‘깜빡이 없이 급출발’한 차의 최후

도로 우측 끝 차로를 얌체처럼 막아선 불법 이중주차 차량 때문에 우회전을 못 해 애를 먹은 경험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상황이다. 우회전 길목이 떡하니 막혀 있으니 부득이하게 안쪽 2차로에서 조심스레 크게 돌아 우회전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그 순간 멈춰 있던 차가 아무런 신호도 없이 툭 튀어나와 내 차 조수석 문짝을 들이받는다면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대다수 보험사 직원들은 이런 사고를 마주하면 기계적으로 “2차로에서 우회전한 차도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무과실은 안 나온다”라며 쌍방 과실을 주장하곤 한다. 실제로 1심 재판부조차 피해 차량의 과실을 일부 잡아 보험금을 깎아버렸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2025나12626)을 통해, 멈춰 있던 차가 깜빡이 없이 출발해 벌어진 우회전 접촉사고에서 어떻게 ‘상대방 100% 일방 과실’ 판결이 확정되었는지 그 명쾌한 법리를 낱낱이 파헤쳐 보고자 한다.

3차로 불법주차 후 '깜빡이 없이 급출발'한 차의 최후

1. 대구 장기동 3차로 도로에서 벌어진 25만 원짜리 충돌

사건은 2025년 1월 3일 정오 무렵,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편도 3차로 도로에서 벌어졌다.

원고 보험사의 피보험 차량은 2차로를 따라 정상 주행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측 갓길로 우회전해야 했지만, 가장 바깥 차로인 3차로에는 피고 보험사의 피보험 차량이 얌체처럼 이중주차 형태로 떡하니 정차하고 있었다.

우회전 차로가 완전히 막혀버리자, 원고 차량은 정차 중이던 피고 차량을 2차로에서 앞질러 우측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그 찰나, 멈춰 서 있던 피고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굴러 나오며 좌측 앞범퍼로 원고 차량의 오른쪽 문짝을 쿵 하고 들이받았다.

원고 차량의 수리비는 25만 7,600원. 금액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양측 보험사의 자존심이 걸린 과실비율 싸움이 시작되었다.

1심 법원은 원고 차량에도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아 16만 6,080원만 인정했으나, 원고 보험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우회전 길을 막아놓고 깜빡이도 안 켜고 튀어나온 차를 상대로 왜 우리 피보험자가 과실을 먹어야 하느냐”는 항변이었다.

구분1심 재판부 판단2심(항소심) 재판부 최종 판결
인정된 과실비율쌍방 과실 참작 (원고 일부 패소)피고 차량 100% 일방 과실 (원고 전부 승소)
인용 금액166,080원만 지급 명령수리비 257,600원 전액 인용 (91,520원 추가 지급)
소송비용 부담당사자 분담1심·2심 소송총비용 전액 피고 부담
판단 기준2차로 우회전 시 주의의무 분담선행 통행방해 + 깜빡이 미점등 + 예측 불가능성
2단계: 2차로 우회전의 불가피성 인정
3차로가 막힌 원고 차는 피고 차를 추월해 2차로에서 크게 돌아 우회전할 수밖에 없었음.
3단계: 방향지시등 없이 급출발 충돌
원고 차가 앞을 통과하는 순간 피고 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튀어나와 우측 문짝을 타격함.

2. 2심 재판부는 왜 ‘피고 차량 100% 과실’로 판결했을까?

도로교통법 제25조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미리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서행하면서 우회전해야 한다. 형식적인 잣대만 들이대면 2차로에서 우회전을 감행한 원고 차량에도 과실이 잡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형식적 법조문 뒤에 숨은 ‘사고의 실질적 원인’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판결문에 적시된 피고 100% 과실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핵심 요약

재판부가 피고 100% 일방 과실로 판결한 3대 이유

1. 선행 방해: 3차로 불법 정차로 우회전 길목을 막아 비정상 주행의 원인을 먼저 제공함.
2. 주행의 불가피성: 도로 끝 차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2차로 우회전은 피할 수 없는 부득이한 선택이었음.
3. 깜빡이 없는 급출발: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앞을 지나가는 차량의 옆구리를 들이받아 회피가 불가능했음.

첫째, 통행 방해의 직접적 원인 제공이다.

피고 차량은 편도 3차로 도로에서 얌체처럼 이중주차 형태로 차를 세워두어 갓길로 빠져나가려는 다른 차량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3차로를 막아선 피고의 선행 불법 정차가 없었다면 원고 차량이 2차로에서 크게 돌아갈 이유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다.

둘째, 원고 차량 운전의 불가피성 인정이다.

도로 끝 차로가 막혀 있는 이상, 우회전해야 하는 운전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2차로에서 정차 차량을 비껴 돌아가는 것뿐이다. 법원은 원고 차량이 피고 차량을 추월하여 우회전한 행위가 상황상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셋째, 방향지시등(비상등) 미점등과 출발 타이밍의 과실이다.

가장 결정적인 패착은 피고 차량의 출발 방식이었다. 피고 차량은 출발하기 전 방향지시등은 물론 비상등조차 켜지 않았다. 원고 차량 운전자로서는 멈춰 있던 차가 갑자기 출발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피고 차량은 원고 차량이 이미 자신의 앞을 상당 부분 지나쳐 지나가고 있을 때 출발하다가 원고 차의 옆구리(우측 문)를 들이받았다. 전방 주시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엑셀을 밟았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2심 법원은 이 사고가 원고의 부주의가 아닌, 피고 차량의 전적인 과실로 일어난 사고라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3. 25만 원 소송에서 피고가 떠안게 된 진짜 대가

원고 보험사는 항소심에서 미지급된 9만 1,520원을 추가로 받아내며 수리비 25만 7,600원 전액에 대한 구상권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판결 주문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는 대목이다.

피고 보험사는 9만 원 남짓한 금액을 깎아보겠다고 버티다가 1심 판결을 취소당하고 패소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 측의 1심과 2심 소송비용 전체를 고스란히 물어내게 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커진 셈이다.

도로 위에 차를 함부로 세워두어 다른 차의 진로를 방해하고, 출발할 때조차 기본 중의 기본인 깜빡이조차 켜지 않는 안일한 운전 습관이 법정에서 어떤 가혹한 계산서로 되돌아오는지 여실히 증명해 준 통쾌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법원 판결문을 토대로 한 일반 법률 정보이며, 구체적 사고 경위와 입증 증거에 따라 법원의 과실비율 판단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분쟁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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