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빽빽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내 차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이중주차 차량을 한 번쯤 밀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앞뒤 살피지 않고 민 차량이 옆 칸에서 막 빠져나오던 다른 입주민의 차량 옆구리를 들이받는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많은 이들이 “차를 빼던 운전자가 주변을 잘 살피고 멈췄어야지, 어떻게 차를 민 사람한테만 책임을 다 넘기느냐”며 억울해하곤 한다. 심지어 상대 운전자가 일부러 사고를 냈다며 경찰 신고 비용과 선행 소송 비용까지 물어내라고 소송을 제기한 실제 사례가 있다.
대구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2026나300808)을 통해, 아파트 주차장 이중주차 사고에서 법원이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과실비율을 어떻게 100 대 0으로 결론지었는지 그 생생한 법리를 짚어보고자 한다.

1. 사건의 전말: 차를 빼려다 터진 황당한 연쇄 소송
원고는 자신의 차량을 주차장에서 빼내기 위해 바로 앞을 가로막고 있던 이중주차 차량의 뒤로 가 손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우측 주차칸에 주차되어 있던 피고의 차량이 앞으로 서서히 출차하고 있었다.
원고가 민 이중주차 차량은 그대로 미끄러져 나가며 출차 중이던 피고 차량의 운전석 뒷좌석 문짝을 들이받았다.
이 사건으로 이중주차 차량의 범퍼와 휀다가 파손되었고, 해당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가 먼저 수리비를 지급했다. 이후 보험사는 이중주차 차량을 통제 없이 함부로 민 원고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구상금 청구 소송(보험자대위)을 걸어왔다.
여기서 순순히 책임을 인정했다면 분쟁이 길어지지 않았을 텐데, 원고는 엉뚱하게도 출차하던 피고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피고가 내 차 앞의 이중주차 차를 보고도 고의로 차를 들이밀어 사고를 유발했다. 피고의 불법행위 때문에 내가 경찰서에 신고하고, 경위서를 작성하고, 보험사 소송까지 방어하느라 238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니 전액 물어내라.”
상대방이 고의로 사고를 낸 가해자이므로 본인이 겪은 모든 수고와 소송 비용을 배상하라는 대담한 청구였다.
2. 법원의 판단: “고의는커녕 원고의 100% 일방 과실이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가차 없이 기각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구지방법원 항소심에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 역시 서늘할 정도로 단호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사진을 초 단위로 정밀하게 대조하며 사고의 진실을 재구성했다.
- 피고 차량은 이미 출차를 완료해 가는 중이었다:블랙박스 시각 기준 12시 1분 13초에 피고 차량은 이미 전진 출차를 시작했다. 원고가 이중주차 차량 뒤쪽으로 걸어가던 20초대에는 이미 피고 차량이 주차칸을 거의 빠져나와 정상 궤도로 진행하고 있었다.
- 충돌 부위가 피고 차량의 ‘뒷좌석 문’이었다:만약 피고가 전방 주시를 게을리해 들이받았다면 피고 차의 앞범퍼가 부딪혔어야 맞다. 하지만 충돌 부위는 피고 차량의 운전석 뒷문이었다. 피고 차의 앞부분이 완전히 지나쳐 출차가 거의 끝난 무렵에, 원고가 뒤를 보지 않고 차를 미는 바람에 지나가던 피고 차의 허리를 들이받은 것이다.
결국 법원은 “피고 차량이 거의 출차를 완료한 무렵에 원고가 차를 밀어 발생한 사고이므로, 이 사고는 원고의 일방적 과실(100%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피고에게 고의나 과실이 전혀 없으므로 불법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원고가 지출했다고 주장하는 비용을 피고에게 분담하라는 구상 청구 역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중주차 차량 밀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법률 상식
- 차를 미는 순간 보행자가 아닌 ‘운행 지배자’: 기어를 중립에 둔 남의 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키는 행위는 법적으로 자동차의 운행 상태를 통제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강력한 주의의무가 발생한다.
- 경사도 및 이동 궤적 확인 의무: 차가 굴러가는 전방에 사람이 지나가는지, 다른 차량이 출차 중인지, 바닥이 내리막길인지 확인하지 않고 밀었다가 사고가 나면 차를 민 사람이 독박 과실(70~100%)을 쓰게 된다.
- 자동차보험 처리가 불가능할 수 있음: 내 차를 운전하다 낸 사고가 아니므로 본인의 자동차보험 ‘대물배상’으로 처리가 거절될 수 있으며,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의 적용 여부도 약관에 따라 치열하게 다투어야 한다.
3. 항소심의 결론과 뼈아픈 교훈
대구지방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전액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는 이중주차 차량을 부주의하게 밀었다가 보험사로부터 구상금 소송을 당하자, 억울한 마음에 출차하던 무고한 다른 차주에게 238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2심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객관적인 블랙박스 영상 앞에서는 그 어떤 억지 주장도 통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원고는 이중주차 차량의 수리비를 물어내야 하는 처지에 더해, 피고의 변호사 선임료를 비롯한 1·2심 소송비용 전체를 고스란히 덮어쓰게 된 셈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중주차 차량을 밀어야 할 상황이라면, 차를 밀기 전에 반드시 주변에 출차 중인 차량이나 보행자가 없는지 좌우를 고개 돌려 확인해야 한다. 차가 굴러가기 시작한 뒤에는 사람 힘으로 멈추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파손과 사고의 책임은 고스란히 차를 민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아파트 주차장 내 이중주차 차량 이동 중 발생한 사고의 과실비율 산정 기준과 손해배상 법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작성된 일반 법률 정보 콘텐츠이다. 주차장 내 접촉사고의 과실비율, 불법행위 성립 여부, 구상금 청구의 인용 범위는 차량의 이동 속도, 시야 확보 수준, 경사도, 충돌 부위 및 블랙박스 영상 등 개별 사건의 구체적 입증 자료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본 글은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나 소송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므로, 유사한 주차장 접촉사고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