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빌라 주차장에 다른 입주민이 주민들 동의도 받지 않고 멋대로 벽을 뚫어 전동셔터를 달고 있다면 누구라도 피가 거꾸로 솟기 마련이다. 공용 공간을 사유화하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격분하여 자신의 차를 들이대고 오토바이로 입구를 막아 공사를 중단시켰다면, 상식적으로는 “정당한 내 권리를 지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법정에 서게 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상대방이 불법으로 진행하는 공사라 할지라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공사를 방해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실제로 주민 동의 없는 셔터 설치 공사를 차로 막아선 빌라 입주민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사건이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2025노341)을 통해, 법원이 왜 불법 소지가 다분한 공사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는지, 그리고 정당행위 주장이 배척되면서도 항소심에서 벌금이 절반으로 깎인 결정적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주민 동의 없는 주차장 셔터 공사와 차로 맞선 입주민
사건이 발생한 곳은 8대의 차량을 이중주차 방식으로 수용하는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빌라) 주차장이었다. 이곳은 별도의 공식 주차 규약 없이 입주민들이 암묵적으로 구역을 나누어 지정주차 형태로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빌라 2개 호실을 소유한 C가 주차구역 벽 사이에 뚫려 있던 빈 공간 2곳에 전동셔터를 달아 개인 전용 주차장처럼 만들려 하면서 터졌다. C는 다른 입주민들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인테리어 공사업체(피해자)와 계약을 맺고 셔터 설치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업자가 한쪽 공간의 셔터 설치를 마치고 나머지 한 곳의 공사에 들어가려던 순간, 이에 격분한 다른 입주민 피고인 A가 행동에 나섰다.
피고인은 자신의 승용차를 공사 현장 주차구역으로 몰고 들어와 시동을 껐다. 이어 주차장에 쌓여 있던 공사 자재를 벽 쪽으로 거칠게 치워버렸고, 자신의 오토바이까지 끌고 와 차량 앞에 세워둠으로써 작업 공간을 완전히 차단했다.
결국 인부들은 더 이상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검찰은 피고인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2. 불법 공사인데 왜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될까?
재판에서 피고인은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입주자 동의도 없이 공용부분을 훼손하는 불법 공사였고, 나는 내 지정 주차구역에 정당하게 차를 댔을 뿐이므로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공사를 의뢰했던 C는 이후 빌라 공용 주차공간에 셔터를 설치해 공용부분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 유죄 판결(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아 확정되기까지 했다. C의 공사가 위법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례가 확립하고 있는 업무방해죄의 독특한 보호 법리 때문이다.
| 피고인(입주민)의 주장 | 법원의 실제 판단 (판례 법리) |
| “주민 동의 없는 불법 공사이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 |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이 불법이어도, 평온하게 행해지던 실제 공사 활동 자체는 형법상 보호 대상이다. |
| “내 주차구역에 차와 오토바이를 정상 주차했을 뿐이다.” | 자재를 강제로 치우고 장비를 차단할 목적으로 차를 세워둔 것은 정당한 주차가 아닌 ‘위력 행사’다. |
| “위법한 공사를 제지한 정당방위이자 정당행위다.” |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적법한 구제 절차가 있었으므로 긴급성·보충성이 결여되었다. |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는 사회생활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뜻하며, 그 행정적·민사적 기초 관계가 반드시 적법해야만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의뢰인 C가 입주자 동의를 받지 않아 민사상 불법행위나 재물손괴가 성립하더라도, 도급을 받아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던 공사업자의 업무는 사회적으로 평온하게 이루어지던 사업 활동이었다. 따라서 개별 입주민이 공권력의 개입 없이 물리력을 행사해 이를 멈추게 한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결론이다.
주차장 무단 공사 갈등의 법적 평가
3. 정당행위 배척과 2심에서 벌금이 절반으로 깎인 이유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형법 제20조)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기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그리고 다른 합법적 수단이 없었다는 보충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법원은 피고인이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하거나 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밟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음에도, 스스로 차와 오토바이를 끌고 와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수단의 상당성을 잃은 사적 제재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심의 벌금 100만 원 형을 파기하고 벌금 50만 원으로 감경해 주었다.
피고인의 행동 방식은 위법했으나, 그 동기 자체는 입주민 다수의 동의 없이 공용 주차공간을 무단 침탈하려던 C의 잘못된 행위를 막으려던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정을 인정한 것이다. 상대방의 원인 제공과 피고인의 범행 경위에 상당한 참작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2. 구청 건축과에 무단 증축·용도변경 신고: 위법 소지가 있는 공사는 행정청의 시정명령이나 공사중지 처분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3.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 집합건물 공용부분 침해는 입주민 과반수 결의나 규약 위반을 근거로 가처분을 걸어 합법적으로 공사를 묶어두어야 한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나선 행동이라도, 법 테두리를 벗어난 물리적 실력 행사는 나 자신을 순식간에 범죄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
상대방이 명백히 불법 공사를 벌이고 있더라도 직접 맞서 싸우기보다는 행정 기관의 시정 요구와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라는 정식 절차를 밟아야만 억울한 벌금형 전과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법원 판결문을 토대로 한 일반 법률 정보이며, 구체적 사실관계와 입증 증거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분쟁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