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를 낸 뒤 현장을 벗어나 술을 급하게 더 마셔버리는 이른바 ‘술타기(후행음주)’ 수법이 한때 처벌의 빈틈을 파고드는 묘수인 것처럼 세간에 퍼진 적이 있다. “사고 당시에는 술을 안 마셨거나 조금만 마셨는데, 사고 난 뒤 스트레스를 받아 집에서 급하게 마신 술 때문에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라고 우기면 검찰이나 판사도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법정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집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와 혈중알코올농도 0.198%의 만취 상태로 측정되자, 항소심에 이르러 “사고 후 집에서 마신 술 때문에 수치가 튄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던 한 운전자가 있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실제 판결(2026노1715)을 통해, 법원이 피고인의 ‘후행음주’ 거짓말을 어떤 치밀한 논리로 무너뜨리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확정지었는지 그 전말을 짚어보고자 한다.

1. 밤 9시 29분의 쿵 소리, 그리고 엇갈린 말들
사건은 2025년 9월 24일 밤 9시 29분경,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택가 도로에서 시작되었다. 피고인은 자신의 차를 몰다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다른 차량을 쿵 하고 들이받았다. 사고 장소는 공교롭게도 피고인의 집 바로 앞이었다.
목격자의 112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피고인은 이미 사고 자리를 뜨고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잠시 후 피고인은 다시 사고 현장으로 걸어 나왔다.
밤 10시경 경찰관이 음주감지기 시험을 실시하자 즉각 붉은 반응이 켜졌고, 밤 10시 4분 호흡측정기로 정밀 측정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혈중알코올농도 0.198%. 면허 취소 기준(0.08%)을 2.5배 가까이 웃도는 만취 상태였다.
수사 초기부터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내놓은 진술은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 구분 | 피고인의 진술 및 태도 | 수사기관 및 법원의 확인 사실 |
| 사고 직후 (현장 적발) | “18시까지 식당에서 소주 3병 마시고 대리 불러 왔다. 집에 와서 술 안 마셨다.“ | 피고인 입으로 사고 후 집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명시함 |
| 경찰 피의자신문 (5일 뒤) | “집에서 자다가 이중주차 빼달라 해서 운전하다 사고 났다. 술 깬 줄 알았다.” | 이때도 ‘사고 후 추가 음주’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음 |
| 1심 재판 (원심 법정) | 공소사실(음주운전)을 전부 인정하고 자백함 | 징역 1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되자 돌연 태도 돌변 |
| 2심 재판 (항소심) | “사고 후 집에서 술을 마셔서 0.198%가 나온 것이다. 운전 당시 수치가 아니다.” |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 제기 |
법원이 ‘술타기’ 주장을 일축한 4단계 증거망
2. 2심 판사는 왜 피고인의 핑계를 단칼에 잘라냈을까?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부에 “사고를 낸 직후 집 안으로 들어가서 술을 마신 것 때문에 0.198%라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이지,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의 실제 혈중알코올농도가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 변명으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나타난 기각 사유는 대단히 구체적이다.
2심 법원이 ‘사고 후 음주’ 주장을 기각한 3대 이유
- 현장 자백: 적발 당시 경찰관에게 본인 입으로 “집에 와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직접 진술함.
- 경찰 조사 침묵: 5일 뒤 정식 피의자신문 때도 ‘자다 깨서 차를 뺐다’고만 했을 뿐 추가 음주는 일절 언급 없음.
- 실형 선고 후 말 바꾸기: 1심에선 공소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다가, 징역형이 떨어지자 2심에 와서야 뒤늦게 번복함.
첫째, 현장 진술의 명백성이다. 피고인은 사고 현장으로 돌아와 측정을 받을 당시 경찰관에게 “소주 3병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불러서 왔으며, 집에 와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고 스스로 답했다. 만약 진짜로 사고 후 집에서 들이켠 술 때문에 억울하게 수치가 나온 것이라면, 음주 수치가 뜬 바로 그 자리에서 경찰관에게 사정을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어야 상식에 부합한다.
둘째, 반복된 기회 속에서의 침묵이다. 사고 발생 5일 뒤 변호인 없이 진행된 경찰 피의자신문에서도 피고인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잠을 자던 중, 이중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사고를 냈다. 일어났을 때 술이 깬 줄 알았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 자리에서도 사고 후 술을 추가로 마셨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셋째, 1심 재판까지의 태도이다. 1심 법정에 서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실형이 선고되고 교도소에 갇히게 되자 그제야 2심 항소이유서에 ‘후행음주’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재판부가 “왜 그 중요한 사실을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피고인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이 사고 이후에 술을 더 마신 사실 자체가 없으며, 운전 당시 이미 0.198%의 만취 상태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3. 전과 5범의 6번째 적발: 실형 1년 6월이 유지된 배경
피고인은 사실오인 주장과 함께 “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겁다”며 감형을 호소했다. 주차된 차량을 살짝 들이받은 접촉사고였고, 이중주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몇 미터 운전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양형 카운터는 차가웠다. 피고인의 전과 기록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했기 때문이다.
- 과거 음주운전 처벌 전력만 총 5회: 벌금형 3회, 징역형의 집행유예 1회, 심지어 징역형의 실형까지 1회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 10년 내 재범: 이미 다섯 차례나 법의 심판을 받고 교도소까지 다녀왔음에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았다.
- 살인적인 만취 수치와 사고: 혈중알코올농도 0.198% 상태에서 차량을 몰다 주차된 다른 차를 들이받아 현실적인 교통사고까지 유발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여러 차례 처벌을 받고도 전혀 자숙하지 아니한 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판단했다.
결국 피고인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고, 1심의 징역 1년 6월 실형이 그대로 확정되어 피고인은 곧바로 복역을 이어가게 되었다.
4. 판결이 던지는 엄중한 메시지
이번 판결은 음주운전 사고 후 얄팍한 거짓말로 수사기관과 법원을 속이려 드는 행위가 얼마나 처참한 결말을 맺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사고를 낸 뒤 현장을 이탈하거나 술을 더 마시는 행위는 법망을 피해 갈 마법의 열쇠가 아니다. 오히려 초기 진술과의 모순을 낳아 재판부의 불신을 사고,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무거운 실형 선고를 부르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음주운전으로 전과가 쌓여있는 상태라면 단 1미터의 이중주차 이동이라 하더라도 결코 운전석에 앉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실수를 저질렀다면, 허술한 ‘술타기’ 핑계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수사 초기부터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하고 법률 대리인의 조력을 통해 합리적인 양형 방어에 나서는 것만이 실형의 늪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법원 형사 판결문을 바탕으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사건에서의 사실오인 판단 기준, 후행음주(술타기) 주장의 법적 효력, 상습 음주운전 누범의 양형 기준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작성된 일반 법률 정보 콘텐츠이다. 음주운전 적발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측정 경위, 진술 번복의 경과, 동종 전과 횟수 및 누범 기간 여부에 따라 법원의 처벌 수위와 판결 결과는 개별 사건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본 글은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효력을 갖는 자문이나 재판 결과를 대신하지 않으므로, 음주운전 사고나 형사 재판으로 법적 조력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형사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