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나 블로그를 열어보면 “AI로 하루 1시간 일하고 월 5,000만 원 번다”, “전자책 하나 써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억대 매출을 만들어 주겠다”는 식의 이른바 ‘지식창업 컨설팅’ 광고가 넘쳐난다. 누구나 솔깃할 법한 문구이지만, 그 화려한 말의 실체는 아무런 전문성도 변제 능력도 없는 무직자의 돌려막기 사기극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두고 “저건 가짜 사기꾼”이라며 SNS에서 저격글을 쓰던 유명 ‘강의팔이’ 저격수가, 알고 보니 뒤편에서 수많은 피해자의 피 같은 투자금을 가상화폐 파생상품에 탕진하고 있던 진짜 사기꾼으로 밝혀진 사건이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실제 판결(2024고단2307, 2024고단2489, 2024고단3238 병합)을 통해, 지식창업·AI 강의 사기 수법과 SNS 허위 저격에 따른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및 형사 배상명령 제도의 실무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지식창업과 크라우드 펀딩을 미끼로 한 8단계 연쇄 사기
피고인은 사실 일정한 직업이 전혀 없는 무직자였다. 그러나 인터넷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마치 대단한 벤처 창업 전문가이자 AI 수익화의 선구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끌어들인 수법은 오늘날 온라인 사기의 전형적인 종합선물세트와 같았다.
- 원금 보장 및 고수익 미끼 (피해자 B, E, N, C, O):
피고인은 창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팅’ 투자라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3개월 만에 원금에 15% 이자를 얹어주겠다거나, 100일 안에 5,000만 원 매출을 내주고 실패 시 100% 환불해 주겠다는 거짓말로 300만 원부터 1,500만 원까지 수차례에 걸쳐 투자금을 가로챘다. “내가 찾은 꿀통으로 4,000만 원을 만들어 준다”는 달콤한 홍보 글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도 있었다. - 전자책 작성 및 크라우드 펀딩 대행 사기 (피해자 I, L):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프로그래머 20년 경력을 전자책으로 만들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K’에 올려 100일 안에 5,000만 원 이상 매출을 내주겠다”고 속여 수백만 원의 제작·참여 비용을 가로채거나 카드 결제를 유도했다. - 정부지원사업(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 대행 사기 (피해자 L):
정부지원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를 대신 작성해 주고 연구원과 팀원까지 꾸려주겠다고 속여 220만 원을 추가로 편취했다. - 실체 없는 AI 강좌 선결제 요구 (피해자 H):
인공지능 사업화 교육을 열어주겠다고 속여 180만 원의 수강료를 미리 받아 가로챘다.
피고인은 이러한 약속들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 결국 단기간에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뜯어낸 돈은 수천만 원에 달했다.
2. 남을 사기꾼이라 몰아세우며 ‘스레드’에서 벌인 허위 저격
피고인의 파렴치한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피고인은 SNS ‘스레드(Threads)’에서 자신만의 계정을 운영하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컨설팅 부문 역대 3위(펀딩액 4억 6,800만 원 상당)를 달성한 유명 창작자 Q을 타깃으로 삼았다.
피고인은 스레드에 글을 올려 피해자 Q을 향해 다음과 같은 악의적인 허위 비방을 쏟아냈다.
“본인도 GPT로 수익화해 본 적 없음. 프로젝트 이름도 ‘수익화’ 붙었다가 부끄러웠는지 내려버림. 오프라인 강의 돌리고 인스타 브랜딩한 게 다임.”
“저런 짭들이 GPT로 수익화한다는 거 보면 얼굴에 철판 깔고 사기 치는 게 안 부끄럽나 싶음. 대놓고 구라치는 사기꾼들.”
“Q이나 R나 본인 눈에는 딱 사기꾼에 팔로워 등쳐먹고 다단계 돌리는 게 보임.”
그러나 수사 결과, 피해자 Q은 프로젝트 명칭에 ‘수익화’를 붙였다가 수정한 적도 없었고 허위 광고로 참여자들을 속인 적도 없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에게 일반 형법상 명예훼손이 아닌, 처벌 수위가 훨씬 무거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처참하게 짓밟았기 때문이다.
3. 법원의 엄중한 판단: 초범임에도 ‘징역 1년’ 실형 선고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모든 범행을 자백했고, 피해자 중 일부(O, N)와 합의하여 처벌불원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과거 사기 범죄 전력이 없었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무거운 전과가 없었다는 점도 피고인에게는 유리한 정상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없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사기 범죄의 악질성과 편취금 탕진: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지식창업과 투자를 빙자해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특히 편취한 돈의 대부분을 가상화폐나 고위험 파생상품에 쏟아부어 탕진했다는 점이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
- 허위 저격으로 인한 2차 피해의 심각성: 온라인상에서 파급력이 큰 SNS를 악용해 허위 사실로 타인을 비방하고 모욕함으로써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심리적·사회적 타격을 입혔다.
4. 피해자 C의 배상명령 인용과 B의 각하 이유
이 판결에서 형사소송 실무상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바로 ‘배상명령신청’의 결과이다.
배상명령이란 피해자가 번거롭게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하지 않더라도, 형사재판부에서 가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함과 동시에 직접 피해 금액을 배상하라고 명령해 주는 제도(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이다.
- 피해자 C의 배상명령: 750만 원 전액 인용
피해자 C이 사기로 편취당한 금액 750만 원은 계좌 거래 내역 등 명확한 증거로 편취액이 확정되어 있었으므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C에게 750만 원을 지급하라는 배상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C은 별도의 민사 판결문 없이도 이 형사 판결문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피고인의 재산에 압류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피해자 B의 배상명령: 각하 결정
반면 피해자 B의 배상명령신청은 법률상 ‘각하’되었다(소송촉진법 제25조 제3항 제3호). 형사 배상명령은 피해 금액의 액수나 배상 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형사재판 절차에서 즉시 심리하기 부적절한 경우에는 각하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배상명령이 각하된 피해자는 번거롭더라도 별도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이나 지급명령 신청을 통해 집행권원을 확보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과 화려한 프로필 뒤에 숨어 “100일 만에 5,000만 원”, “전자책 펀딩 대박”을 운운하는 자들은 대부분 그럴듯한 환상을 팔아 남의 돈으로 위험한 투기를 일삼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더불어 남의 성공을 시기하여 SNS에서 함부로 ‘사기꾼’이라 낙인찍으며 허위 저격을 일삼는 행위는, 피해 합의와 상관없이 실형 선고와 강제집행이라는 혹독한 법의 심판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면책 공고]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법원 형사 판결문을 바탕으로 지식창업·강의 빙자 사기 수법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그리고 형사 배상명령 제도의 성립 요건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작성된 일반 정보성 콘텐츠이다. 사기죄의 기망행위 입증, 사이버 명예훼손의 비방 목적 판단, 배상명령 인용 여부는 사건마다 확보된 증거(입금 내역, 메시지, 계약 조건 등)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본 글은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나 재판 결과를 대신하지 않으므로, 유사한 피해를 입었거나 형사 고소 및 배상 절차를 준비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