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내 남편과 바람을 피운 상간녀의 직장에 찾아가 빨간 락카로 ‘상간녀’라고 대문짝만하게 뿌려버린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배우자의 외도로 피눈물을 흘려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았을 통쾌한 복수극이다. 하지만 곧이어 현실적인 불안이 엄습하기 마련이다. “속은 후련하겠지만 법적으로 탈탈 털리는 것은 아닐까?”, “역고소당해서 불륜 위자료보다 차 수리비나 벌금으로 뜯기는 돈이 더 많은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서 선고된 실제 판결(2025가단30963 본소, 2026가단30069 반소)은 수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면서도 차마 실행하지 못했던 이 살벌한 ‘사적 응징’의 손익계산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건의 발단: 4년의 불륜, 그리고 붉은 락카 스프레이
원고인 아내는 2001년에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고 슬하에 자녀 2명을 둔 채 20년 넘게 가정을 지켜온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데 피고 여성이 2021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무려 4년 4개월 동안 남편과 은밀한 부정행위를 이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신감에 눈이 뒤집힌 아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행동에 나섰다.
- 2025년 9월 15일, 상간녀가 일하는 사무실에 찾아가 상간녀의 컴퓨터 화면보호기와 키보드패드에 붉은색 펜으로 ‘상간녀’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적었다.
- 이틀 뒤인 9월 17일에는 상간녀가 근무하는 모 병원 주차장으로 직접 찾아가, 주차되어 있던 상간녀의 차량에 시뻘건 락카 스프레이를 뿌려 ‘상간녀’라고 도배를 해버렸다.
이후 아내는 상간녀를 상대로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위자료 소송(본소)을 제기했다. 그러자 상간녀 역시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내 차를 부수고 직장에서 망신을 주었으니 수리비와 위자료로 2,100만 원을 물어내라”며 반소(맞소송)를 걸어온 것이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독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법원은 가정 파탄의 고통을 겪은 아내의 심정을 헤아려 락카칠을 눈감아주었을까, 아니면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적 제재는 용납할 수 없다’며 아내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었을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법원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양측의 불법행위를 칼같이 나누어 각각의 계산서를 뽑아냈다.
1. 상간녀가 치러야 할 대가: 위자료 2,000만 원
피고는 상대방이 배우자와 두 자녀가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4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만남을 지속했다. 재판부는 이 행위가 20년 넘게 유지되어 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하여, 상간녀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 아내가 치러야 할 대가: 606만 원 (수리비 106만 원 + 위자료 500만 원)
그렇다면 붉은 락카칠과 모니터 낙서는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법원은 아내의 행동 역시 민법 제750조에 따른 위법한 불법행위(재물손괴 및 명예훼손)임을 명확히 짚었다. 아무리 상대방이 가정을 파탄 낸 원인 제공자라 하더라도, 개인이 직접 벌을 내리는 자력구제는 법질서 안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배상 책임을 지웠다.
- 차량 수리비 및 렌트비: 차량 재도색 비용 70만 원에 수리 기간 렌트비 36만 원을 더한 106만 원의 재산상 손해 전액 인정.
- 명예훼손 및 손괴 위자료: 직장 사무실 집기와 병원 주차장 차량에 낙서하여 상간녀에게 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 500만 원 인정.
상간녀 역고소 판례: 불륜 증거 수집(차량 몰래 녹음·CCTV·초상권) 어디까지 합법일까?
최종 손익계산서
숫자만 놓고 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최종 판결 결과 요약]
- 본처가 받을 돈 (상간 위자료): + 20,000,000원
- 본처가 물어줄 돈 (락카·명예훼손): - 6,06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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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실수령액: 본처의 약 1,394만 원 순승소 (지연이자 별도)
★ 소송비용 부담: 상간녀가 75%, 본처는 25%만 부담
상간녀는 2,100만 원짜리 맞소송을 걸며 아내를 강하게 압박하려 했으나, 법원은 상간녀 청구액의 3분의 1도 안 되는 606만 원만 인정했다. 결국 상간녀는 본인이 물어줄 2,000만 원에서 606만 원을 뺀 1,394만 원을 아내에게 실제로 송금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나 이혼했어” 가짜 암 환자 행세로 16년 농락한 유부남, 졸지에 ‘상간녀’ 된 피해자의 역대급 반전 판결
다른 하급심 판례들과 비교해 보면 보이는 법원의 시선
이 판결은 앞서 다룬 여러 유사 판례들과 맞물려 매우 뚜렷한 법원 판결의 경향성을 보여준다.
- 순천지원 판결: 아내가 외도 증거를 잡으려 남편 차에 도청기를 숨기고(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상간녀 아파트 문 앞까지 침입했을 때 법원은 상간녀의 3,000만 원 청구 중 단 50만 원만 인정했다.
- 남양주지원 판결: 본처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상간녀를 때려 합의금 500만 원을 물어줬음에도, 상간녀가 비아냥거리며 불륜을 지속하자 법원은 상간녀에게 3,000만 원의 고액 위자료 폭탄을 안겼다.
이 세 판결의 공통분모는 명확하다. 법원은 피해 배우자의 과격한 행동(폭행, 도청, 락카칠)에 대해 법리상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하게 물으면서도, 그 모든 원인이 ‘상대방의 불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정을 위자료 액수에 적극적으로 참작한다.
만약 아무런 이유 없이 남의 차에 락카를 칠하고 직장 모니터에 낙서를 했다면 형사처벌은 물론 수천만 원대의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물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불륜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참작 사유 덕분에 위자료가 500만 원 선에서 방어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붉은 락카 응징을 통해 ‘1,400만 원의 순승소’라는 결과를 얻어냈지만, 600여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수업료를 치러야 했고 자칫 재물손괴죄나 모욕죄 같은 형사 전과까지 남길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감정적 분풀이 대신 법률 대리인을 통해 차분하고 정교하게 증거를 들이미는 것이, 내 주머니와 일상을 온전히 지키면서 가해자들을 가장 확실하게 응징하는 방법이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부정행위 위자료 청구 및 사적 응징(재물손괴,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상 상계 법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작성된 교양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불륜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괴나 모욕 행위는 형사처벌 및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수반할 수 있으며, 배상액이나 책임 범위는 개별 사안의 구체적 경위와 증거 관계에 따라 법원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나 소송 결과를 대신하지 않으므로, 유사한 갈등으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시라면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