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화를 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성적으로 깎아내리는 거친 댓글을 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껏해야 모욕죄로 벌금 몇십만 원 나오고 말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과연 그럴까?
실제 법원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음란 사진을 전송하지 않았더라도,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성적인 비하 표현을 섞는 순간 단순 모욕죄가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라는 무거운 성범죄의 덫에 걸려들게 된다.
대구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실제 판결(2026고정207)을 바탕으로, 단 두 줄의 SNS 댓글이 어떻게 성범죄 벌금형과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으로 이어졌는지 그 법리적 내막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1. 사건의 발단: 호스트바 소재 소설 작가를 향한 비난 댓글
사건은 소셜미디어 어플리케이션인 ‘스레드(Threads)’에서 벌어졌다. 피해자 C(41세, 남성)는 과거 호스트바 유흥접객원을 소재로 소설을 쓴 이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피고인 A는 피해자가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강한 반감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2025년 2월, 이틀 간격으로 피해자의 계정에 다음과 같은 조롱 섞인 댓글을 연달아 남겼다.
- 1차 댓글: “니가 입으로 글로 남창인거 책쓰서 대한민국이 다 아는데?”
- 2차 댓글: “혔바닥 닮도록 밑구멍핥아서 유치하게 차 자랑? ㅋㅋㅋㅋㅋ”
피해자는 즉시 피고인을 고소했고, 수사기관은 이를 단순 모욕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검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 위반 혐의를 적용해 피고인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2. 핵심 쟁점: 성적 흥분이 아닌 ‘분노 표출’도 통매음이 될까?
여기서 독자들이 가장 의아하게 여길 만한 대목이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성적인 호감을 느끼거나 성행위를 원해서 저런 글을 쓴 것이 아니다. 그저 상대방이 꼴 보기 싫어서 모욕을 주려고 한 욕설일 뿐인데, 어째서 ‘성폭력’ 범죄가 성립하는 것일까?
실제로 피고인 측 역시 “성적 욕망을 채우려던 것이 아니라 단순 비난 의도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확고하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도달하게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 판례는 이 ‘성적 욕망’의 범위를 매우 넓게 해석한다.
단순히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직접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함으로써 성적 수치심을 주어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의도까지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적은 “혀가 닳도록 밑구멍을 핥았다”는 표현은 단순 욕설의 범위를 훌쩍 넘어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유사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성적 묘사이며, 이를 통해 상대방에게 굴욕감과 성적 수치심을 안겨주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 했으므로 법적으로 ‘성적 욕망’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3. 법원의 최종 선고: 벌금 150만 원과 40시간 성폭력 교육
대구지방법원은 피고인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비록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었으나,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다음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 벌금 150만 원 (미납 시 1일 10만 원 환산 노역장 유치)
-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그렇다면 성범죄자에게 뒤따르는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부분에서 법률상 중요한 예외 규정이 작동했다.
-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 면제: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단서 규정에 따라, 통매음(제13조)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관할 경찰서에 얼굴과 신상을 등록하거나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되는 불이익은 피했다.
- 취업제한명령 면제: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 범죄 전력, 사건의 경위, 취업제한으로 인해 피고인이 입게 될 불이익 등을 종합해 볼 때 취업을 제한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이를 면제해 주었다.
신상정보 등록이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이라는 최악의 보안처분은 간신히 피했으나,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주민등록에는 ‘성폭력 범죄’ 전과 기록이 남게 되었고, 법원 명령에 따라 40시간 동안 성폭력 치료 강의를 듣는 굴욕적인 처벌을 받게 되었다.
4. 실무적 교훈: 모욕죄와 통매음의 결정적 차이
많은 이들이 온라인 악플과 관련해 흔히 하는 치명적인 착각이 하나 있다. 바로 “단둘이 있는 1:1 대화방이거나 특정성이 없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속설이다.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제3자가 볼 수 있는 ‘공연성’이 핵심 요건이라 1:1 대화에서는 처벌이 어렵다. 하지만 통매음(성폭력처벌법 제13조)은 공연성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1:1 다이렉트 메시지(DM)든, 오픈채팅방이든, 공개 게시물의 댓글이든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글이 도달하기만 하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게다가 모욕죄는 통상 가벼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성적인 조롱이 섞여 통매음으로 넘어가 버리면 성범죄로 분류되어 형량의 수위가 급격히 무거워진다.
>> 변호사는 꼭 필요한가? 선임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뱉어낸 천박한 성적 묘사 댓글 두 줄이, 결국 평생 지워지지 않는 성범죄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남기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의 성립 요건과 양형 기준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작성된 일반 법률 정보 콘텐츠이다. 통매음의 성립 여부, 성적 수치심 유발 여부, 기소유예 처분이나 벌금형의 감경 가능성은 구체적인 표현의 맥락, 전체적인 대화 내용, 당사자 간의 관계 및 합의 여부 등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본 글은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나 소송 결과를 대신하지 않으므로, 유사한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고소를 검토 중인 경우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