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단골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지인의 연애사를 대신 폭로해 주는 소위 ‘대리 사이다 저격글’이다. “내 친구가 당한 게 너무 억울해서 공론화한다”라며 상대방의 과거와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글에는 수많은 공감과 응원 댓글이 달리곤 한다.
하지만 그 통쾌한 ‘의리’의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하다.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며 SNS에 등판해 대신 총대를 멨다가, 정작 당사자 대신 본인이 피고인석에 앉아 형사 처벌을 받게 된 실제 사건이 있다.
부산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실제 판결(2026고정206)을 통해, 온라인 폭로전이 어떻게 형법상 범죄로 직결되는지 그 전말을 살펴보자.

친구의 억울함 풀어주겠다며 스레드에 등판한 ‘사이다 저격수’
피고인 A는 자신의 절친한 남자인 친구 B로부터 기막힌 하소연을 들었다. B가 교제하던 여자친구 C이 알고 보니 연애 기간 내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등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이야기였다.
친구의 배신당한 처지에 감정이 격해진 A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 당사자인 친구를 대신해 여자의 파렴치한 실체를 세상에 폭로하고 응징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A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볼 수 있는 SNS인 ‘스레드(Threads)’를 무대로 선택했다. 자신의 계정을 통해 C을 직접 겨냥한 공개 저격을 시작한 것이다.
동생 계정까지 태그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라”
분노에 휩싸인 A의 저격은 단순히 불만을 토로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2024년 12월 6일, A는 C뿐만 아니라 C의 친여동생 계정까지 보란 듯이 태그한 뒤 거친 글을 올렸다.
“사람 취급해 주고 있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라. 말로 안 끝날 수도 있다. 욕도 아깝다. 니년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이 글도 사라질 것이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서 글도 길게 쓰기 싫다. 날도 추운데 더럽게 바람 그만 피우고 당장 꺼져라.”
가족까지 끌어들여 공개된 공간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부은 A는, 이후 사흘 동안 비슷한 취지의 비난 글을 5회에 걸쳐 연달아 게시했다.
아무리 친구가 상처를 입었다 한들,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인을 지목하고 그 가족까지 태그해 욕설과 협박성 폭언을 퍼붓는 행위는 형법 제311조가 규정하는 명백한 ‘모욕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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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으로 다 까발린다”… 사실이어도 처벌받는 사이버 명예훼손의 덫
A의 폭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2월 8일에는 C의 지극히 내밀한 사생활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기 시작했다.
“남사친이 애가 둘 있는 이혼녀를 만났다. 결혼까지 하기로 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할지는 네가 하는 거에 따라서 편집이 들어갈 수도 있고 쌩으로 다 까발릴 수도 있다. 뒷이야기 계속해도 되는지 친구 오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중!”
“여자친구 카톡을 봤는데, 1년 넘게 한 놈 두 놈 세 놈 네 놈 나이트 부킹 헌팅, 결론은 바람. 그 카톡을 보고 있는 순간에도 딴 놈이랑 카톡 진행 중.”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법적 쟁점이 있다. 검찰은 A를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제70조 제1항)’으로 기소했다. 즉, A가 쓴 글이 완전한 거짓이 아니라 실제 사실이라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사실을 말했는데 왜 범죄가 되느냐”며 억울해하지만, 우리 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타인의 사생활이나 치부를 드러내 비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특정인을 깎아내리고 망신 주기 위해 사적인 치부를 폭로한 이상 법의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의리’라는 착각이 낳은 벌금 200만 원과 전과 기록
피해자들의 고소로 법정에 서게 된 A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부산지방법원 형사재판부는 피고인의 법정 진술과 피해자들의 고소장, 캡처된 스레드 게시글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하루 10만 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명령과 함께 가납명령까지 내려졌다.
친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쥐었던 ‘사이다 폭로’라는 칼날이, 결국 자기 자신을 겨누어 형사 전과라는 흉터를 남기게 된 셈이다.
온라인 폭로전은 손쉽고 후련해 보이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순식간에 뒤바뀐다. 감정의 배출구로 전락한 SNS 저격은 결코 정의 구현이 될 수 없으며, 남는 것은 수백만 원의 벌금과 전과자라는 차가운 현실뿐이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형사 판결문을 바탕으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및 형법상 모욕죄의 성립 요건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작성된 일반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온라인 게시글이나 댓글을 통한 분쟁은 게시 내용의 구체성, 비방의 목적 유무, 특정성 및 공연성 성립 여부, 전파 가능성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나 소송 결과를 대신하지 않으므로, 유사한 법적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